지자체·매체에 외면받는 섬유산업, 섬유기관·단체의 ‘모르쇠’ 행보는 언제까지
대구·경북 화섬직물 산지의 경기 지표를 가늠할 잣대인 대구염색공단 에너지(공업용수, 전기, 스팀 사용량) 사용현황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21년에 이어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경기흐름을 이어가며, 2019년과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던 2020년의 중간 지점을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3분기 9월을 시작으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던 만큼 올 하반기에도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내·외 주요 수요시장 환경의 불안한 장세 지속으로 수출증가 기대치를 뒷받침할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시장의 경우, 환율상승에 따른 기대효과 또한 원자재 가격 급등 및 글로벌 수요마켓의 가격인하 하방압력 확대, 인플레 지속 등 연이은 대외악재로 말미암아 채산성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내 상당수의 수출 무역 전문기업들은 글로벌 바이어로 부터 가격 및 물류&납기 등을 이유로 한국 내 소싱에 대한 부담감을 보다 강하게 표출하기 시작했으며, 역외국가로 소싱기지 이전을 요구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시장 또한 코로나를 지나며, 수요회복과 확대를 견인할 마땅한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패션수요마켓을 리딩할 브랜드 또한 그동안의 악화된 매출 회복 내지 볼륨 확대 대응에 있어서 패션소재의 글로벌 소싱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국내 소싱의 경우, 다품종소량 바탕의 단납기가 요구되는 아이템 또는 신제품개발 품목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볼륨 본위의 아이템은 해외소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시장 모두 가격인하 압박에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글로벌 친환경·리사이클소재 확대라는 상충된 요소와 맞물리며, 신소재개발을 통한 신수요 창출이라는 선순환 국면 회복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가뭄에 콩 나듯 2~3개월 치 오더 확보로 표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도 있지만 산지 전반의 흐름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정 아이템 중심의 가격경쟁, 납기 몰림에 대응하고 있는 등으로 이윤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국내 섬유패션산업 스트림 간 밸류-체인의 근간을 급격하게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화섬직물 글로벌 소싱기지에서 신제품개발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대체가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섬유패션소재 소싱 환경 급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들은 생산라인 및 공정의 친환경 대응과 기초소재개발 확보, 신수요시장 발굴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 원사메이커 소재를 중심으로 한 볼륨 아이템의 경우, 갈수록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코로나를 계기로 신소재개발 대응력 및 다양성 심화 현상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기초소재의 글로벌 소싱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원사메이커 소싱, 중소기업 방사라인 및 자체 라인구축 등을 통한 기초소재의 선점과 신수요시장 개척을 위한 마켓&바이어 발굴이 핵심이다.
패션의류 중심에서 비의류용 및 특수용도분야 마켓으로 전환을 확대하는 한편, 생산공정의 첨단화·자동화 및 원-스톱 생산이 가능한 공정 슬림화 구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변화·축소된 수요시장의 원상복귀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판단은 없을 것”이라며, “개별기업의 선제적 변화만이 새로운 기회와 신수요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오랜 기간 특정된 시장과 제한적 바이어를 대상으로 신제품을 개발·제안해 수요를 창출하는 데 승부해왔다면, 앞으로는 신시장·신규바이어 대상의 특화 아이템으로 신수요를 창출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 CEO는 “가동률, 수출물량 등 외형적 요소보다 수익성과 채산성을 기준으로 보다 냉철한 판단력과 실제적 위기대응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경기회복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기대치로 당면한 섬유산업을 지속할 수 없는 만큼, 개별기업의 혁신적 노력이 뒤따라야만 지속가능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섬직물산지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학계의 관계자는 “화섬직물산지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다. 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위기에 처한 산지의 연착륙 유도와 지속가능한 방향성 제시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기지만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장은 섬유패션산업을 ‘사양산업’이라 칭하고, 공중파에서는 ‘한물간 산업’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폐쇄 위기에 처해 있지만 누구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역 섬유산업계의 대응 자세에 대해 거세게 질타했다.
또 다른 학계 전문가는 “지역 섬유업계 기관단체 내에서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기상황임에도 산업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풀어나갈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산업계 내부에서도 하나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지자체와 외부의 곱은 시선과 태도는 크게 이상할 일이 아니다”며,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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